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2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벼멸구 피해 재해 인정 및 특별재난지역 선포 촉구 건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
김영록 지사는 이날 도청 브리핑룸에서 ‘벼멸구 피해 재해 인정 및 특별재난지역 선포 촉구 건의문’을 발표, “올해 농민들은 일조량 부족, 집중호우, 역대급 폭염 등 역사상 유례없는 이상기후로 농업 분야에만 12차례 재해가 발생하는 등 농업인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도에서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벼멸구 긴급 방제비 63억 원을 투입하는 등 피해확산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벼멸구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며 “올해 폭발적 벼멸구 발생 원인은 폭염과 이상고온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7~9월 전남지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6℃가 높은 27.2℃까지 오르고, 폭염일수는 평년보다 22.7일이 많은 32일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벼멸구 부화일은 7.9일로 20℃ 미만일 때보다 5일 단축되고, 산란 횟수는 2회에서 3회로 늘어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했다. 이는 중국 남동부지역에서 발생한 벼멸구가 지난 7월, 남부해안지방을 통과하는 저기압에 따른 기류와 제9호 태풍 ‘종다리’ 발생 시(8월) 국내로 다량 유입된 것으로, 8월 20일자 농촌진흥청 보도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영록 지사는 “이는 명백히 폭염과 태풍 등이 원인이 된 농업재해에 해당된다”며 “지난 2014년과 2022년 정부는 벼 이삭도열병을 재해로 인정해 각각 1만 5천ha에 27억 원과 4만ha에 331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쌀값이 지난해 10월 21만 222원을 정점으로 11개월째 연속 하락해 9월 말 기준 17만 4천592원으로 폭락한 상황에서, 이번 벼멸구 발생과 집중호우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농민들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상기시켰다.
정부에서는 벼멸구 피해 벼에 대해 ‘잠정등외 등급’으로 매입해주겠다고 발표했지만, 삼중고를 겪는 농업인에 대한 보상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전남도는 그동안 벼멸구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농식품부 장관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야 국회의원 등에 총 8차례 벼멸구를 재해로 인정해 줄 것과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했었다.
김영록 지사는 건의문에서 ▲벼멸구로 연약해진 벼가 집중호우로 피해가 더욱 가중된 피해지역을 포함해 해남, 영암, 강진과 장흥 일부 지역 등을 특별재난지역 선포 ▲폭염과 고온으로 발생한 벼멸구 피해를 재해로 인정하고, 수확기 이전에 조속한 피해조사와 복구비 지원 ▲농업재해 범위에 이상고온과 이상고온으로 발생하는 병해충 등을 포함할 것 등을 건의했다.
김영록 지사는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다. 일상화되는 이상기후는 농촌 현장에서 기후재난 현실이 됐다”며 “쌀값 폭락과 농자재 등 생산비 상승, 이상기후로 발생한 벼멸구 피해 등 참혹한 농촌 현장의 고통이 덜어지도록 정부의 신속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명준 기자 jsako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