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앙 칼럼/탄핵 긴급점검] ②한덕수 총리가 내란죄로 고발당한 이유, 대통령 권한대행의 한계 - 윤석열·한덕수의 헌정질서 강조, 방화범이 소방관으로 위장하고 불 끄겠다 나선 꼴 정소앙 발행인 |
2024년 12월 23일(월) 18:36 |
[ 배우 예지원 주연, 2003년 개봉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포스터. 출처 – 시네마서비스 ] |
내란 세력의 반격이 시작됐다.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입니까?”
도무지 납득하기 힘든 이런 질문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던 12월 12일 윤석열 담화가 그 신호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모든 것을 포기한 듯 구치소에서 자살까지 시도했던 김용현은, 마치 영화 속 부활한 좀비처럼 변호인단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끝까지 함께 싸우자!”는 앞뒤 맥락 상실 격문을 띄웠다.
이어서 어린 시절 강릉에서 함께 지냈다는 윤석열의 죽마고우 권성동 의원이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윤석열 김건희 부부의 눈엣가시였던 한동훈을 축출하고 마침내 당 장악에도 성공했다.
그리고 여전히 군 통수권은 윤석열이 쥐고 있고, 첫 번째로 시도된 반격이 바로 한덕수 총리의 양곡법 등 6개 법안 거부권 행사였다.
그런데 그 반격에는 꼭 약방의 감초처럼 빼놓지 않는 단어들이 있다. ‘헌법 정신’ 혹은 ‘헌정질서’가 바로 그것이다.
[ 2024년 12월 12일, 윤석열 대국민 담화 장면. 출처 - 대통령실 홈페이지 ] |
■ 윤석열·한덕수의 헌정질서 강조, 방화범이 소방관으로 위장하고 불 끄겠다 나선 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어제 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 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하였습니다.”
2024년 12월 4일 새벽 04시 20분. 국민을 진심으로 존경하는지 매우 미심쩍은 내란수괴 피의자 윤석열이, 대통령실에서 계엄 해제를 선언하며 했던 말이다.
한덕수 권한대행 역시 양곡법 등 6개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며,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다.
윤석열과 한덕수, 두 사람 다 자신들 행위의 명분으로 ‘헌정질서’와 ‘헌법 정신’을 거론했다. 그러나 온 국민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내뱉었던 그 말들에, 진실의 무게는 과연 병아리 눈꼽 만큼이라도 담겨 있는 것일까?
과연 이들은 자신들 주장대로 헌법의 철저한 수호자들인가? 아니면 그야말로 파렴치한 ‘헌정질서의 파괴자’들 인가?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한마디로 ‘방화범이 소방관으로 위장한 채 불 끄겠다고 나선 꼴’이다.
그 재미도 없고 아무 감동도 없는 뻔한 연극을 대체 언제까지 봐야 할까? 정말, 민망함은 보는 국민들 몫이란 말인가?
■ 민주당이 한덕수 총리를 ‘내란 주범’으로 규정, 고발한 이유
내란 세력이 반격에 나선 시점은, 갑자기 민주당 내부에서 ‘한덕수 총리마저 탄핵해서는 안 된다’거나 ‘여·야·정 협의체의 주도권을 국힘에 내줄 수도 있다’는 등, 부드러운 유화책이 나왔던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상대방은 오물풍선 원점 타격, 무인기 도발 등 국지전 유발 계획을 세우고,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야당 대표와 국회의장, 대법관, 선관위원장까지 체포할 흉악한 계획을 세운 자들이다. 게다가 아직도 내란 상황은 끝나지도 않았다.
그러니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조금의 틈이라도 보인다면, 언제든 내란 세력은 생존 차원에서 그 틈을 비집고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새삼 확인해야 할 시점이다.
반면 지난 12월 9일,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기자들 앞에서 한덕수 총리를 내란죄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다음 날인 10일, 민주당 의원들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하고 한덕수 총리를 내란죄 혐의로 고발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유의할 점 하나, 그때 민주당 대변인은 한 총리를 내란죄 ‘공범’이 아니라 ‘주범’으로 규정했다는 사실이다.
근거는 다름 아닌, 헌법과 계엄법이다.
한 총리는 내란죄로 고발당한 다음 날인 11일, 국회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 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 참석, 김병주·서용교 민주당 의원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 당시 국무회의 )가 절차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말뜻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관련된 헌법 조항을 찾아봐야 한다. 다음은 국무회의 심의 사항을 규정한 헌법 제89조의 해당 부분이다.
- 헌법 제89조 [ 심의사항 ]
다음 사항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5. 대통령의 긴급명령·긴급재정경제처분 및 명령 또는 계엄과 그 해제
6. 군사에 관한 중요사항
이제부터 설명드리겠다.
우선 행정부 권한에 속하는 거의 대부분 사항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심의란 안건 내용을 상세히 따져본다는 뜻인데, 심의한 결과가 반드시 대통령의 의사 결정을 구속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예 심의조차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마음대로 결정한 경우는 과연 어떻게 될까?
이때는 ‘다음 사항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헌법 89조 첫 번째 문장이 중요하다. 한마디로 강제 규정이다. 헌법 조문을 그대로 적용하면,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 없이 마음대로 결정한 일들은 당연히 헌법위반인 반헌법 행위로 원천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11일 국회 본회의, 김병주 의원이 공식적 국무회의가 아닌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한 총리는 “국무위원 회의라고 해야할지, 정식 국무회의라고 해야할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전체적 수사 과정에서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결국 정식 국무회의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은 윤석열의 계엄령은, 출발부터 헌법을 위반한 ‘헌법 파괴행위’였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만약 정식 국무회의였다면, 헌법에 규정된 내용대로 반드시 회의록이 대통령실 서버에 남아있어야 한다.
[ 윤석열과 한덕수 총리 과거 대통령실 주례 회동 장면. 출처 - 대통령실 홈페이지 ] |
그런데 한 총리는 과연 어떤 잘못을 저질렀기에, 민주당은 한 총리를 ‘내란 주범’으로 규정한 것일까? 다음은 계엄법의 관련 내용이다.
- 계엄법 제2조( 계엄의 종류와 선포 등 )
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⑥ 국방부장관 또는 행정안전부장관은 제2항 또는 제3항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의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
중요한 대목은 ⑥항의 ‘국방부장관 또는 행정안전부장관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의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국방부장관이나 행정안전부장관이 계엄을 건의하더라도 국무총리를 거치게 돼 있다는 점, 이번 불법 계엄 쿠데타에서 한 총리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근거가 된다.
한 총리 본인은 계엄에 반대했다는 얘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분명하고 확실하게 반대했는지, 혹은 불법 계엄을 막기 위해 어떤 결정적인 노력을 했는지, 전혀 설명을 못하고 있다.
만약 계엄을 막겠다는 의지가 정말 있었다면, 본인이 직접 긴급 기자회견을 해서 윤석열의 계엄계획을 국민에게 알렸어야 했다. 아니면 하다못해, 아는 기자들에게 개별 문자로라도 그 내용을 신속히 알렸어야 했다.
따라서 한 총리가 계엄 발표 당일, 적어도 계엄에 대해 묵시적인 동의를 했거나 방조했다는 판단이 가능한 상황이다. 민주당이 한 총리를 내란죄 ‘공범’이 아닌, ‘주범’으로 규정한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므로 민주당 지도부가 한 총리의 내란죄를 정말 확신한다면, 굳이 국회 정족수 논란을 빚고 있는 탄핵이라는 수단을 동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국회 법사위에 공수처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즉각 체포 가능하다는 답변을 이끌어 낸다면, 그것 자체로 한 총리에게는 큰 압박으로 다가갈 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상 대통령에게 보장된 불소추특권 대상이 아니다. 더군다나 대통령 불소추 특권에서도 특히 내란죄와 외환죄는 제외되는 범죄이고, 동시에 심각한 헌법파괴 행위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 대통령 권한대행, 권한의 한계
대한민국 헌법 전체를 아무리 살펴도,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직책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제헌국회에서 헌법을 제정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개헌을 했지만 따로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자리를 헌법상 직책으로 정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덕수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당과 야당이 극한 대립과 혼란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
따라서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기준에 대해, 대통령 기준인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200명 )와 총리 기준인 재적의원 과반수( 151명 )로 논란을 벌이는 것은, 소모적인 정쟁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에 명시된 직책이 아니기 때문에, 권한대행의 탄핵정족수 역시 헌법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당장 ‘( 가칭 )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에 대한 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서 권한과 한계를 명확히 규정하던지, 아니면 훗날 개헌을 통해 관련 규정을 명문화하는 것 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특히 중요한 판단 근거로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반면, 대한민국 국민 어느 누구도 투표를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뽑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대통령 탄핵에 대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라는 까다롭고도 엄격한 기준을 헌법 조문으로 명확히 규정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는 대통령 권력 자체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 主權在民 )’의 원리가 헌법상 기본 대전제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1조 [ 국호·정체·주권 ]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주권재민의 철학을 반영한 대한민국 헌법의 이 숭고한 첫 조문 문장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건국이념과 작동 원리를 함축적으로 담아낸 증거이다.
단순히 왕이 없다고 해서 ‘민주공화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의 평등한 가치가 실현될 때, 그리고 바로 그 평등을 바탕으로 국민 개개인이 주인으로 나서서 나라의 일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때, 비로소 ‘민주공화국’이 현실로 나타난다.
또 ‘주권재민’은 한 나라의 정치 형태와 구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권리와 힘이, 다름 아닌 국민에게 있음을 증명하는 민주주의 실현의 웅변적 요소이다.
이번 내란 세력에 의한 계엄 쿠데타 과정에서, 장갑차와 계엄군 앞에 맨몸으로 막아선 시민들의 영웅적인 모습. 그것이야말로 ‘민주공화국’이란 과연 어떻게 작동하고 실현되는 것인지, 실천적으로 증명해 낸 확실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반면 내란 세력들은 대한민국의 작동 원리인 ‘주권재민’ 이념을 짓밟기 위해,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를 무력으로 점령하려 했다. 그래서 이들의 행위는 국민과 대한민국에 대한 반역이자,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반헌법적인 범죄인 것이다.
주제로 돌아가서, 현재 한덕수 총리 행적 가운데 탄핵 사유로 거론되는 부분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기 이전, 총리 신분일 때 벌어진 내란죄 관련 부분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필자의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 정족수는 당연히 총리 기준인 재적의원 과반수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 총리의 내란 혐의에 대해 공수처가 체포에 나서고 만약 영장이 승인된다면, 탄핵이라는 수단은 아예 무의미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참고로 대통령 권한대행 관련, 헌법에 명시된 조문은 딱 하나 있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헌법 제71조.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이번까지 합친다면 역사상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작동한 사례는, 이승만 전 대통령 하야부터 지금까지 모두 여섯 번이다.
이 중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 직후 권한대행을 맡았던 고건 총리는 당시 경험을 9년 뒤에 책으로 출간한 바 있다. 그 내용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탄핵소추안 통과 직전의 혼란스러운 심정을 고백했던 부분이다.
“별실 서가에 있던 「헌법학 개론」 책부터 집어 들었다.”
“대통령 탄핵은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참고할 법전도 규정도 없었다. ‘상식과 원칙’ 두 가지 기준을 되뇌며 결론을 내렸다.”
참고할 자료가 헌법학 책밖에 없었던 긴박한 상황, 아무 기준 없이 고민에 빠졌던 고건 권한대행은 결국 ‘소극적 행사’의 길을 택했었다. 그것이 ‘권한대행’이라는 직책에 맞는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고건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은 박근혜 의원이 발의, 대통령 사면권이 국회 동의를 거치게 한 개정안이었다. 이에 대해 위헌에 해당한다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검토 의견이 제출되자 그것에 따른 것이지, 고건 대행이 마음대로 결정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따라서 지금 국회에서 통과시킨 법안들에 대해 고건 대행 거부권 행사 사례를 근거로, 윤석열에 이어 한덕수 권한대행마저 거부권을 마구 남발하는 것은 타당한 일이 아니다. 한 총리는 결코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고, 권한 역시 ‘소극적 행사’에 그쳐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하는 행위들로 인해 한덕수 총리 이름이 역사 속에서 영원히 내란, 반역 세력의 일원으로 기록되는 일에 대해 한 총리 스스로 깊이 숙고해야 할 것이다.
정소앙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