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긴급 점검③] 윤석열 하야설의 노림수, 민주당 ‘비명계’ 대선전 개헌론이라는 헛발질
[정소앙 칼럼] 정소앙 발행인 |
2025년 02월 24일(월) 15:25 |
![]() |
[ 2024년 12월 7일 윤석열 피고인 대국민 담화 장면. 출처 연합뉴스 영상 캡처 ] |
헌법재판소 윤석열 탄핵 심판이 막판을 향하고 있다. 20일 오후, 10차 변론을 마무리하면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다음과 같이 최종 변론 일정을 고지했다.
“다음 기일은 2월 25일 오후 2시입니다. 양측 대리인의 종합 변론과 당사자의 최종 의견 진술을 듣겠습니다”
국회와 윤 대통령 양측 모두 별다른 이견 없이 이 결정을 수용했다. 이는 곧바로 최종 심판 과정에 돌입함을 의미한다. 최종 변론 이후 약 2주일, 과거 대통령 탄핵 사례를 감안하면 늦어도 3월 중순에는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만약 탄핵이 인용되어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면, 헌법 규정에 의해 5월 조기 대선이 유력해진다.
그런데 얼마 전, 갑작스럽게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윤석열 하야설’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소위 ‘비명계’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개헌론 군불을 지피고 있다. 각각 숨겨진 의도는 무엇일까?
■ 대통령 탄핵 심판, 막판 ‘하야설’ 데자뷔
“‘이것 아니면 저것’밖에 없는 것은 법의 영역이고 또 다른 ‘그것’을 찾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다. [……] 민주당도 과정은 다르나 결과는 같을 수 있는 정치적 해결책에 열린 자세로 나왔으면 한다. 그러면 헌법 재판도 출구를 찾을 수 있다.” - 2025년 2월 13일,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탄핵 對 기각 두 선택지밖에 없나’ 결론 부분.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하야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어차피 파면될 게 확실하다면 인기가 있을 때, 아쉬움이 있을 때 그런 선언을 해야 극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12월 7일보다 하야 발표하기 굉장히 유리한 상황이다” - 2025년 2월 13일, 조갑제 조갑제TV 대표 라디오 방송 인터뷰 中
공교롭게도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날 대표적인 보수 언론인들이 ‘윤석열 하야’를 주장했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20일 SBS라디오에서 “19살의 어린 나이에도 일본 왜장 게야무라 로쿠스케를 끌어안고 진주 남강의 푸른 물결에 몸은 던진 논개의 희생을 생각하라”며 하야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그런데 과거 박근혜 탄핵 때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헌법재판소 최종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던 2017년 3월 10일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던 2017년 2월 중순의 일이었다. 당시 집권당이던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4월 퇴진론’을 주장하면서 했던 말은 다음과 같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소추는 어떤 경우든 국가적, 국민적 불행이며 [……] 저는 이미 작년 ‘4월 퇴진, 6월 대선안’을 정치권 원로들이 제의했을 때부터 이런 정치적 해법이 탄핵소추에 절대적으로 앞서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당시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 13일 전에 최종 결론이 나는 것으로 예측되던 시점이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5월 초·중순 대선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에서, 갑자기 집권 여당 원내대표가 향후 정치 일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만한 폭탄 발언을 한 것이다. 만약 그 주장대로 4월 말쯤 하야가 현실이 되면, 대선 역시 한 달 이상 밀리면서 6월 말 대선이 되는 상황이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그럴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된 것이 아니라 ‘하야’한 것이 된다는 점이었다. 스스로 물러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길이 기록되는 것뿐만 아니라, 전직 대통령 예우 측면에서도 매우 큰 차이가 나는 중대사안이었다.
■ ‘예고 하야’의 노림수
과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실이 폭로됐던 2016년 11월, 분노한 국민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며 ‘박근혜 즉각 퇴진’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국회는 탄핵소추를 추진했고 국민적인 분노를 애써 외면하던 박 전 대통령은 11월 29일,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가장 핵심이 된 내용은 “여야가 논의하여 정권 이양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발언이었다. 그리고 이틀 뒤, 당시 집권당이던 새누리당은( 새누리당을 계승한 자유한국당은 2017년 2월 13일 창당 ) ‘4월 말 하야, 6월 말 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8년이 지난 2024년 12월 7일, 비상계엄 선포 나흘 만에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거의 똑같은 취지 발언을 했다.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 국민 여러분, 저의 임기 문제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습니다.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습니다”
담화 시간 총 2분 17초, 하도 짧아서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쇼츠( shorts )인 줄 알았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탄핵 때나 지금이나, 대통령 거취와 하야를 집권 여당이 결정하겠다는 발상은 두 가지 이유로 인해 근본적으로 헌법과 충돌한다.
첫째, 국회나 집권당이 대통령을 대신해서 ‘하야’를 결정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둘째, 하야는 즉시 물러나는 것이지, 미래의 어느 시점에 사임한다는 ‘예고 하야’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서 대통령이 하야 결정을 뒤집어서 하야가 무산되더라도 이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
필자는 이와 관련하여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작년 12월 12일, ‘탄핵돼도 대통령 하야 가능하다’라는 제목 뉴스버스 칼럼을 통해,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하야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엄밀하게 얘기하면 ‘탄핵돼도 대통령 하야 가능하다’는 제목은 잘못된 표현이다. 헌재에서 최종적으로 탄핵안이 인용되더라도 하야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잘못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가 짧은 제목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오해 소지를 남겼다. 본래 의미는 ‘( 국회에서 ) 탄핵돼도 대통령 하야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널리 양해를 부탁드린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하야가 가능한 이유는, 대통령은 자기 윗선 임명권자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법 134조는 탄핵 대상인 장관급 이상 인물들이 탄핵 위기에 처했을 때 스스로 물러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회법 134조 적용 대상에서 예외로 봐야 한다. 국민 이외에 대통령을 임명할 임명권자는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 스스로 하야하겠다고 결심하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탄핵 심판은 형사 재판 과정을 ‘준용’한다는 통설에 따라,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는 점 역시 중요하다. 형사소송법 제255조에는 ‘공소는 제1심 판결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탄핵 심판도 최종 결정 전에 취하하면 된다는 주장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소를 취하하는 것은 당연히 소를 제기한 쪽에서 해야 한다는 점이다. 헌재 결정례에도 ‘스스로 자유롭게 철회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2000헌라1 ).
결국 대통령 탄핵 심판은 국회가 청구한 것이기 때문에, 국회가 다시 철회 의결하면 최종 탄핵 심판이 중지될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탄핵 의결정족수인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서 다시 탄핵 철회안을 통과시켜야만 한다.
만약 윤석열 피청구인이 헌법재판소 판결이 탄핵 인용으로 결정될 것으로 판단, 기습적으로 ‘4월 말 하야’를 발표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국회와 정치권 전반에 큰 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겠다는데 국회가 반대할 명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윤석열 피고인과 국민의힘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던 중도층의 여론 역시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게다가 박근혜 탄핵 때처럼 ‘4월 말 하야’가 재등장해서 관철되면, 5월 초중반 대선은 6월 말로 늦춰진다. 윤석열 피고인 측과 국민의힘이 지속해 온 가장 기본적인 전략은 ‘시간 끌기’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선거법 2심 역시 2월 26일 심리 종결, 이르면 3월 말 선고 가능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야설로 인해 최종 판결이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 임기 만료일인 4월 18일 이후로 늦춰진다면, 탄핵 인용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될 것이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 갑자기 ‘하야설’을 들고 나온 노림수는, 혼란 유도와 시간 끌기를 통한 ‘뒤집기 한 판’이 아닐까? 필자가 갖는 개인적인 추측이다.
다행히(?) 국민의힘 지도부나 윤석열 피고인 측 모두 ‘하야설’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거짓말하거나 말을 바꾼 사례가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지금 야당 입장에서는, ‘꺼진 불도 다시 보자’를 수시로 떠올려야 할 판국이다.
■ 민주당 ‘비명계’의 대선전 개헌론, 국민의힘 돕는 헛발질
비상계엄 이후 민주당 ‘비명계’는 이재명 대표를 향해 ‘일극 체제’ 등 표현을 동원하며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그리고 얼마 전 2월 18일, ‘희망과 대안 포럼’ 창립식에 결집하면서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대중적인 세 과시에 나섰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이재명 대표와 회동하면서 내걸었던 중요 화두는 ‘개헌론’이었다. ‘희망과 대안 포럼’ 창립식에 참석한 김부겸 전 총리, 김두관 전 의원, 박용진 전 의원과 영상 축사를 보낸 김동연 경기지사 역시 일제히 개헌론을 강조했다. 이낙연 전 총리도 18일, 광주 K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빨리 개헌하고 대선을 치른 후 7공화국 체제로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개헌론을 중심으로 비명계를 비롯한 반대파가 전개하는 파상공세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내란 극복이 먼저’라는 입장을 흔들림 없이 고수하고 있다. 필자 역시 개헌은 정권교체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재명 대표 시각이 옳다고 생각한다.
![]() |
[ 2025년 2월 18일 민주당 비명계 '희망과 대안 포럼' 창립식 장면. 출처 YTN 뉴스 캡처 ] |
조기 대선 과정에서 개헌이 최대 화두로 부각될 경우, 자칫 불법 계엄과 내란에 대한 책임 문제가 실종될 가능성 높다. ‘개헌은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다른 중요한 이슈들을 빨아들일 것이다’는 이미 상식에 속하는 얘기가 아닌가.
또 헌재 탄핵 판결 이후, 불과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당력을 총동원해서 조기 대선을 준비하기에도 턱없이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여야가 대선 준비와는 별도로, 구구절절 복잡한 개헌 협상에 나서서 대선전에 과연 최종 합의에 이를지도 의문이다.
참고로 실제 개헌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 개헌특위 구성안 발의 – 본회의 의결 – 개헌특위 구성 – 개헌안 확정 – 개헌안 발의 – 대통령 개정안 공고( 20일 이상 ) - 국회 본회의 의결( 60일 이내 ) - 국민투표( 30일 이내 ) - 대통령 공포·시행’의 모든 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거쳐야 한다.
결국 민주당 ‘비명계’가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현재 시도하고 있는 ‘조기 대선전 개헌’ 주장은 윤석열 피고인과 국민의힘 기본 전략인 ‘시간 끌기’에 힘을 보태주는 꼴이 될 뿐이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당원·지지자 대다수가 반대하면, 대선 전 개헌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출발점인 국회 개헌특위조차 구성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명계’의 대선전 개헌론은 그저 ‘헛발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조기 대선이 확정된 이후 대선주자 공약사항으로 개헌을 내걸고, 여야 각 당이 동시에 국민에게 ‘새 정권 출범 직후 개헌’을 약속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진행하면 절차와 시간상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 내란 상황 속 개헌론, ‘불난 집에 군밤 구워 먹는 꼴’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줄이되,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게 허용하는 원 포인트 개헌이 필요합니다. 대통령 임기 4년과 국회의원 임기를 맞출 것을 제안합니다. 너무 늦기 전에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겠습니다”
20여 년 전 임기 마지막 해, 고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권을 향해 던졌던 메시지였다. 이미 여야 지도부가 ‘원 포인트 개헌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상황,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 대권 후보였던 박근혜는 이렇게 말했다.
“참 나쁜 대통령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2016년 10월 24일 오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 자리에서 갑자기 개헌 카드를 꺼냈다. 임기 내 개헌은 절대 없다고 공언했지만,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정권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정국 돌파를 위한 승부수로 개헌론을 전격 들고나온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던졌던 바로 그날 오후, JTBC에서 ‘최순실 태블릿 PC’ 특종을 터트렸다. 이후 상황을 뒤집기 위해, 마치 두더지 게임처럼 시시때때로 개헌론이 등장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호된 국민 여론에 두들겨 맞으면서 개헌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곤 했다.
그때 불난 집에 불 끌 생각은 안 하고, 그 와중에도 자신들 정치적 잇속만 챙기려고 한다는 통렬한 비판에서 유행했던 말이 하나 있다.
“불난 집에 군밤 구워 먹으려고 한다.”
민주당 비명계의 ‘대선전 개헌론’이라는 헛발질은, 진심으로 국민을 위한 것일까?
집에 불이 났으면 서둘러 불부터 끄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만약 그곳에서 군밤 구워 먹겠다고 나선다면, 그것이 과연 제정신으로 하는 일일까?
정소앙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