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자 세금 감면 확대 공약, 효과는 있을까?

한국시사경제저널 객원필진 김범모 칼럼

김범모
2024년 03월 13일(수) 10:59
[광주 경제진흥상생 일자리재단 김범모 비상임이사]
[한국시사경제저널] 국회의원 총선이 한 달여 남아 있다.

정당들이 표심을 잡기 위해 지역개발 공약이나 국민들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공약들을 발표하고 있다. 국민들 부담을 덜어주고, 혜택을 늘려주는 공약은 듣기에 참 좋은 공약이다. 하지만 부담을 덜어주고, 혜택을 늘려 주기 위해서는 누군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과연 각 정당들이 비용 부담까지 고려하면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최근에 국민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으로 간병비 세액공제, 통신비와 학원비 세액공제 등의 세금 감면 공약을 정당들이 발표하였다.

세액공제 등 세금 감면이 확대되면, 13월의 월급인 연말정산 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진짜로 늘어날까?

​2022년 기준 근로소득이 있어서 연말정산을 한 근로자는 2,053만 명이었다. 이중 33.6%인 690만 명은 각종 세액공제와 소득공제로 인해서 낼 세금이 한 푼도 없는 면세자였다.

이미 이런저런 이유로 낼 세금이 없는 근로소득자에게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것은 그림의 떡이다. 아무런 효과도 없는 생색내기에 불과해진다. 결국 세액공제 등 세금 감면 공약은 모두를 위한 공약이 아니며, 사실상 고소득자를 위한 공약으로 봐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생활비 경감이 필요하다면 세금 감면 방식보다는 관련 상품이나 용역을 공급하는 민간사업자들의 가격 적정성에 대한 통제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며, 다음으로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한 지원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본다.

​간병비를 포함하여 의료비 부담은 미리 준비하기도 어렵고, 장기 입원 환자라도 생기면 많은 가정에 큰 부담을 준다. 건강보험 급여 범위 밖의 의료비 부담은 민간보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민간 보험의 경우에도 보험료를 내야지만 보장을 받을 수 있어서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하고는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건강보험과 민간보험 두 개를 유지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해서 민간 보험을 들지 않아도 되게끔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건강보험 내에서 비용의 적정성을 점검해서 과도한 의료비 부담이 들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지, 민간 보험을 들도록 하거나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해 세금 감면 정책을 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본다.

​통신비의 경우, 독과점사업자인 통신사들이 불필요하게 높은 요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통신사들이 이용자들로부터 높은 요금을 받아서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있는데, 왜 세금으로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는가? 통신사들이 가격 정책을 통해 낮추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학원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학원 교육에 대한 수요 즉, 사교육을 안 해도 되게끔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는 교육 구조를 만들어 놓고, 학원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은 자칫 '병 주고 약 주는' 정책으로 들린다.

학생들이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되는, 학교 등 공교육에서 필요한 교육이 모두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것이 빠르지 않을까?

​정부가 국민을 돕는 방법에는 재정 지출을 하는 방법도 있고,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도 있다. 우선 당장은 혜택을 준다면 좋겠지만, 그 혜택을 위한 비용을 다시 부담시킨다면 그렇게 좋은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 좋은 방법은 제도 개선을 통해 비용이 덜 들거나 아예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낼 세금도 없는 국민들에게 세금 깎아주겠다는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 필자 소개 ]

김범모

국회 정책연구위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 박홍근 원내대표 정책특보, 문재인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 서울외국환중개(주) 전무이사 역임.
현 광주 경제진흥상생 일자리재단 비상임이사.

( 본지 객원 필진으로 합류한 김범모 이사는 국회와 기업, 정당을 거친 실력있는 경제·재정 전문가입니다. 또한 최근에 텀블벅을 통해 ‘소시민이 사는 법 – 시장으로 간다’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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