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사경제저널 2024 총선특집 ] ⓵ 선거초반 판세 핵심요인, 각 당 공천 후유증과 뒤베르제 법칙 정소앙 발행인 jsakor@naver.com |
2024년 03월 24일(일) 19:04 |
드디어 22대 총선의 막이 올랐다. 후보 등록이 시작된 3월 21일부터 4월 10일까지, 각 당의 명운을 건 총력전이 펼쳐질 것이다. 지역구 254석과 비례대표 46석 총 30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3월 28일부터 투표 전날인 4월 9일까지 총 13일 이다.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총선의 단골 메뉴는 ‘정권심판론’이다. 반면 이번 총선의 특이한 현상은 집권당이 ‘야당 심판론’을 들고나왔다는 점이다. 서로 상대방을 심판 대상으로 규정한 만큼, 어떤 결과가 나와도 결국 여·야간 어느 한쪽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본지( 한국시사경제저널 )는 유권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총선 특집기사를 시리즈로 올릴 예정이다. 모쪼록 주권자로서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 초반 판세 결정의 두 가지 핵심 요인
향후 총선 흐름을 좌우할 선거 초반 판세 결정의 핵심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각 당 후보 공천 과정에서 벌어졌던 극심한 혼란과 그 후유증이다. 두 번째는 소선거구제가 지니는 한계로 인한 제3세력의 부진, 뒤베르제의 법칙이다.
이번 선거에서 거대 양당인 국민의 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과정을 겪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민주당의 공천 과정은 이재명 대표를 위한 ‘사천’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3월 초까지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이후 거세게 휘날리던 윤석열 정권에 대한 ‘정권심판론’ 깃발이 여론 중심에서 잠시 멀어졌던 순간이다.
그 시점에 이낙연 전 총리를 비롯한 민주당 현역의원들의 연이은 탈당과 내부 반발 소식이 일제히 언론 지면을 채웠다. 그러자 호남을 비롯한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 내부에서조차 이탈 분위기가 감지됐다. 정권 심판은커녕, 이러다 민주당이 참패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됐다. ‘시스템 공천’이라는 명분은 무색해지고, ‘잡음’과 ‘혼란’이 민주당 공천을 규정하는 단어였다.
특히 서울 강북을 선거구의 경우 민주당은 정봉주 후보에 이어 후보 등록일 당일인 22일, 조수진 후보가 사퇴하면서 한민수 대변인으로 후보가 바뀌었다. 선거가 바로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후보가 세 번씩이나 바뀌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은 민주당 공천 후유증. 그러나…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각 당의 공천 과정에 대해, 실제로는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우선 민주당 핵심 지지층을 형성하는 호남 유권자들이 각 당 공천 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조사가 최근에 있었다.
KBC광주방송과 UPI뉴스가 리서치뷰에 의뢰, 3월 14일과 15일 2일간 실시한 여론조사( 광주광역시 광산구 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표본 800명 ARS 휴대전화 조사. 응답률 6.5%. 95%. 표본오차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이다.
이 조사에서 “여야 공천 작업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데, 현재까지의 공천과정을 평가할 때 어느 정당이 공천을 더 잘했다고 평가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광주광역시 유권자들은 압도적으로 더불어민주당(57.7%)이 국민의힘(13.9%)보다 공천을 잘했다고 응답했다.
[ 4월 총선 공천 과정에 대한 광주광역시 광산을 지역 유권자 평가. 출처 : 리서치뷰 ] |
비슷한 질문의 최근 전국 단위 조사로는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공정(주)에 의뢰, 3월 18과 19일 실시한 조사 결과를 들 수 있다(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 표본. 무선 ARS 응답률 4.9%. 표본오차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
이 조사에서는 “이번 4월 총선 과정을 볼 때, 다음 두 정당 중 어느 정당이 조금이라도 더 합리적으로 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46.6%, 국민의힘 41.5%로 근소하게나마 민주당 공천이 더 합리적이었다는 응답이 앞섰다.
[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 대한 전국 단위 평가 조사. 출처 : 여론조사 공정(주) ] |
두 조사 결과를 해석해 보면, 결론은 ‘민주당 공천 후유증, 생각보다 덜 심각하다’이다.
공천 과정의 혼란과 잡음으로 인해 상당수 언론이 민주당 공천의 부정적인 면을 보도했던 3월 초와 비교할 때, 현재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호남지역 유권자들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평가 역시 민주당 공천에 대해 더 우호적인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의해서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지난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광주광역시 광산구 투표 결과, 전체 투표인 264,470명 중 윤석열 후보 지지가 11.75%( 30,865명 )에 불과했던 반면 이재명 후보 지지가 무려 85%( 224,484명 )였다는 점이다.
광주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이 공천을 더 잘한 정당이라는 응답이 57.7%라는 점은, 민주당에게는 희소식이다. 소위 ‘텃밭’이라는 호남 민심은 여전히 민주당을 정권 심판의 도구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앞두고 광주 민심이 지난 대선 때만큼 압도적인 지지로 회복되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은 민주당 지도부가 풀어 나가야 할 숙제다. 물론 대선보다 총선 투표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상황이 주는 메시지는 바뀌지 않는다.
또 각 당 공천 과정에 대한 전국 단위 평가의 여론조사 공정(주) 조사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쪽 모두 강하게 지지층 결집이 이뤄진 상황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답변 유보를 뜻하는 ‘잘 모르겠다’는 응답, 11.8%에 불과 ).
이 점은 선거가 박빙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 한국갤럽 2024. 3월 셋째주 정당지지도 조사 ] |
특히 가장 최근 여론조사인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는( 3월 19일 ~ 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만명 대상. 무선전화면접 100%. 응답률 14.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 민주당 33% 국민의힘 34%였다.
지금은 민주당 후보나 지지자들이 200석 운운하며 방심할 상황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초라한 스몰 텐트, 이낙연 이준석 후보의 기대 이하 성적
그러면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소위 ‘제3지대 빅텐트’를 주장했던 이낙연, 이준석 전 대표는 유권자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두 후보 모두 기대 이하의 매우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채 고전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인용한 3월 15일 리서치뷰 조사에서 광주광역시 광산을 지역구에서 민주당 민형배 후보가 무려 65.4%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은 겨우 17.7%에 불과했다.
같은 조사기관 리서치뷰가 3월 19일에 발표한 경기도 화성을 지역구 후보 지지율은 민주당 공영운 후보 54.2%, 이준석 후보 21.5%였다.
두 사람이 갑작스러운 합당에 이어, 또다시 갑작스럽게 결별을 한 만큼 ‘빅텐트’ 대신 각각 ‘스몰 텐트’를 세운 셈인데, 이런 초라한 성적을 거두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명분 부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광주광역시 광산을 지역구 총선 후보지지도 조사. 출처 : 리서치뷰 ] |
[ 경기도 화성을 지역구 후보지지도 조사. 출처 : 리서치뷰 ] |
단순히 ‘반 윤석열’, 혹은 ‘반 이재명’을 외친다고 해서, 국민은 그들을 ‘대안세력’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오랫동안 정치활동을 해왔던 만큼, 애초에 이낙연 후보와 이준석 후보 지지층은 정치적인 성향상 전혀 동질성을 가질 수 없다.
게다가 합당 이후 주도권을 놓고 서로 다투고 갈등하는 모습은, 그들이 비판했던 거대 양당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 국민들 사이에서 ‘희망’이라는 단어가 전혀 싹틀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이낙연 후보의 경우, 전략적인 판단 실수까지 거론할 수밖에 없다.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출마지역이 광주 광산을이었지만, 한마디로 ‘장고 끝에 악수’였다.
그런 판단의 근거는,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광주광역시 현역 국회의원 8명 중 7명이 낙마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현역의원이 바로 민형배 후보라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민형배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 전,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8년간 광산구청장으로 일하면서 지역주민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던 점이 작용했다.
광주광역시 현역 국회의원 중 오랫동안 탄탄한 지지를 바탕으로 가장 지역구 관리를 잘해온 민형배 후보를 상대로 골랐다는 점에서, 이낙연 후보 쪽 참모진 가운데 과연 유능한 전략가가 한 명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이준석 후보 역시 별로 연고도 없던 경기도 화성을 지역구를 선택한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 자신이 과거에 출마했던 서울 노원구나 보수진영의 핵심지역인 대구가 아닌 곳을 고른 이유에 대해, 화성을 지역 유권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나마 이낙연, 이준석 두 후보가 남은 선거기간 동안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판을 흔들만한 ‘빅 이슈전략’을 전개해야 할 터이지만, 문제는 그럴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 소선거구제의 한계와 뒤베르제 법칙
이낙연, 이준석 후보를 비롯한 ‘스몰 텐트’ 후보들이 받는 저조한 성적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거대 양당 체제를 유지·강화시키는 소선거구제의 필연적인 한계, 그리고 그 이론적인 배경이 되는 ‘뒤베르제의 법칙’이 바로 그것이다.
모리스 뒤베르제( Maurice Duverger, 1917년 ~ 2014년 )는 프랑스의 법학자이자 정치인이다. 보르도 대학에서 법학교수로 학술활동을 시작했고, 1989년에서 1994년까지 유럽의회 의원을 역임했다.
특히 정당 체제와 선거제 간의 관계를 분석해서 출간한 ‘정당론(1951)’은 이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판되면서 정당 연구 분야의 고전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핵심 내용인 ‘소선거구제(총선)와 결선투표 없는 단순다수대표제(대선)는 양당제를 부르고, 중대선거구제 또는 비례대표제(총선)와 결선투표제(대선)는 다당제를 낳는다’라는 주장은 나중에 그의 이름을 따서 ‘뒤베르제의 법칙’이라고 명명됐다.
이와 관련하여 소선거구제는 일반적으로 집권당인 여당과 반대 세력인 야당인 양당 구조로 정착, 양당제를 낳는 기능이 세계 각국에서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통이 그렇고 대한민국 역시 이런 경향성이 오랜 세월 지속 되어왔다.
물론 예외도 있다.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과거 충청권 보수정당이었던 김종필의 자유민주연합이나 자유선진당, 20대 총선의 국민의당( 호남 ) 등, 지역 기반이 있는 당이 특정 지역의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국회 제3당의 위치를 확보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 친박연대 같이 특정 정치인 개인( 박근혜 )의 지지 세력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 거대 정당의 표를 잠식하기도 했다.
과거 자민련은 1990년 ‘3당 합당’에 참여했던 김종필이 김영삼에 밀려서 민자당을 탈당하며 창당했던 정당이다. 정치적 기반을 김종필의 고향( 충남 부여 )이었던 충청권으로 설정하고, 곧바로 선택한 전략이 바로 ‘지역감정 자극’이었다.
제1회 지방선거를 앞둔 1995년 6월 천안역 지원 유세에서 “경상도 사람들이 충청도를 핫바지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아무 말 없는 사람, 소견이나 오기조차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라는 연설을 했다.
그 결과 그 해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광역단체장을 모두 석권했고 그 이듬해 제15대 총선에서도 충청권 전체 28석 가운데 24석을 획득했다. 그 유명한 ‘충청도 핫바지론’이 탄생한 배경이다.
또한 과거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김한길 등이 창당, 20대 총선에서 호남지역 의석을 싹쓸이했던 국민의당 역시 공교롭게도 이른바 ‘호남홀대론’을 통한 지역감정 자극이 주요 선거전략이었다.
정리하자면 자민련, 자유선진당, 국민의당, 친박연대 등 제3당의 위치를 차지했던 정당들은 지역기반 + 유력 대선주자 추종 세력이 필수 전제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 정당들은 일시적으로 제3당의 지위를 얻었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해체, 기존 거대 양당에 흡수되는 운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긴 역사의 흐름으로 보면 ‘소선거구제는 양당제 친화적’이라는 뒤베르제의 법칙이 새삼 확인되는 것이다.
결국 제3당을 비롯한 다당제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소선거구제가 아닌 중대선거구제나 대선거구제가 도입돼야 한다. 그러나 여야 거대 정당의 전폭적인 합의가 없으면 애초에 불가능한 얘기다.
그러니 일시적으로나마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제3당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정 지역의 강력한 지지와 더불어 유력한 대선주자가 존재해야 한다. 현재 제3당 지위를 노리는 이낙연 후보의 새로운 미래나 이준석 후보의 개혁신당은 이 두 가지 조건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금 그들이 고전하며 초라한 성적표를 받는 이유다.
개인은 미약할 수 있으나, 전체 국민은 결코 호락호락 그리 쉽게 설득되지 않는다. 그 점을 깨닫지 못한 채 감행한 정치적인 모험이 호된 댓가를 치루고 있는 것이다.
요약하면 현재 4월 총선 초반 판세는 ‘민주당 국민의힘 박빙, 제3지대 스몰 텐트 부진’ 상황이다.
( 한국시사경제저널 총선특집, 글 싣는 순서 )
⓵ 선거초반 판세결정 핵심요인, 각 당 공천 후유증과 뒤베르제 법칙
⓶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국민의힘, 총선 초반 최대위기 요인은?
⓷ 민주당 탈당 인사들이 받은 초라한 성적표
⓸ '명-룡 대전’과 ‘한강 벨트’ 주요 접전지역 판세
⓹ 조국혁신당 돌풍, 전망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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