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사경제저널 2024 총선특집 ] ⓶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국민의힘, 총선 초반 최대위기 요인은?

- 선거 초반 국민의힘 최대 위기요인, ‘윤로남불’과 ‘런대의’
- 한동훈 한계론
- ‘200석, 탄핵’ 발언 자제시킨 민주당 지도부

정소앙 발행인 jsakor@naver.com
2024년 03월 28일(목) 08:27
[한국시사경제저널]

총선 후보 등록이 시작되자마자, 국민의힘 전선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한마디로 민주당 우세, 국민의힘 열세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이를 반영, 최근 언론 기사에는 일제히 ‘국민의힘 위기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공천 논란이 지속되던 3월 초까지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양상으로, 급속히 상황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지( 한국시사경제저널 )는 당초 예정했던 총선특집 2회차 기사, ‘민주당 탈당파 인사들이 거둔 성적표’와 3회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대사 임명 후폭풍’의 순서를 바꿔서 싣기로 결정함을 알려드린다.

국민의힘 총선 판세가 급속히 위기로 치닫는 이유를 먼저 분석하는 것이, 독자들께서 상황을 이해 하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 언론에 일제히 등장하기 시작한 ‘국민의힘 위기’ 제목 기사들 ]

■ 순식간에 불리해진 판세, 국민의힘 최대 위기요인 ‘윤로남불’과 ‘런대의’

( 용어 설명 : ‘윤로남불’은 ‘윤석열 대통령이 하면 로맨스, 남들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

‘런대의’는 각각 ‘런종섭’, ‘대파’, ‘의-정 갈등 사태’의 머리글자 모음이다. 당초 황상무 전 대통령실 수석 논란도 총선 판세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자진사퇴 했으므로 분석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

과거 80년대 학생운동 경험을 가진 회원 숫자 수백 명 모임이 있다. 그 모임 단톡방에 최근 이런 사진이 하나 올라왔다. 제목이 ‘바닥에 875원 떨어져 있네’이다.

[ 윤석열 대통령 “대파 가격 875원 적절” 발언을 비꼬는 유머 사진 ]

그러자 87년 6월항쟁을 이끌었던 주역 중 한 사람인 W 국회의원이 점잖게 이런 댓글을 달았다.

“아주 합리적으로 놓여 있네. 선거 때는 떨어졌다는 말은 금기어입니다. 바닥에 붙었네!!”

그리고 사진과 댓글에는 스마일 모양과 함께 ‘ㅋㅋㅋㅋ’라는 표현이 이어졌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들러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해서 크게 논란이 벌어진 상황, 이를 비꼰 유머 사진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단순히 유머로 웃고만 넘기기에는 심각한 일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냥 잠시 착각했다거나, 아니면 국정에 바쁘다 보니 대파 가격이 정확히 얼마인지 몰랐다고 솔직히 얘기하고 사과했으면 됐을 일. 그런데 정부·여당의 무책임한 책임회피가 계속 문제를 키우고 있다.

단순히 대파 가격을 몰랐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온 국민이 급격히 치솟은 물가 때문에 하루하루 고통받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무책임에 대해 국민 분노가 확산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이수정 경기 수원정 후보는 3월 26일, JTBC 유튜브에 출연해서 “( 875원 ) 그거는 한 뿌리 얘기하는 겁니다”라고 윤 대통령 대파 발언을 애써 옹호했다.

그러자 관련 내용을 전하던 JTBC 방송 진행자가 “정말 한 뿌리가 875원이면, 대파 한 단이 보통 여덟 뿌리니까 합치면 가격이 7천 원이다. 오히려 시중 가격보다 훨씬 비싼 것 아니냐”고 반박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수정 후보의 발언에 대해 “완전히 ‘바이든 – 날리면’ 사건이다. 국민들은 ‘바이든’이라고 들었는데 ‘날리면’이라고 우기는 것이다. 이번에도 비슷하게 대통령이 대파 한 단 가격을 875원이라고 했는데, 이 후보는 대통령 쉴드 친다고 한 뿌리에 875원이라고 했다. 허위 사실 공표 아닌가, 참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상황을 정리하기는커녕, 대통령실 홈페이지 ‘사실은 이렇습니다’를 통해, 채소류 가격이 지난 정부 시기에 특별히 높았다면서 또다시 ‘전 정부 탓’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국민 비난이 거세지는 일이 발생하면 늘 ‘남 탓’, ‘전 정부 탓’하던 고질적인 상황이 다시 또 연출된 것이다. ‘대파 한단’이 이렇게 총선에 있어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줄은 아마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대파 사태’ 이전에 국민의힘에 위기를 초래한 가장 큰 사건은 소위 ‘런종섭’ 사태이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주요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갑자기 호주 대사로 임명하자 많은 사람들이 조폭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 ‘친구’에 나오는 해당 장면 대사를 잠시 옮겨본다.

어릴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 사이던 준석( 유오성 분 )과 동수( 장동건 분 )가 조폭 간 세력 다툼 때문에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할 상황에 나눈 대화다.

준석: 마이 컸네. 동수.
동수: 원래 키는 내가 더 컸다 아이가? 니 시다바리 할 때부터.
준석: 간단하게 말하께.
동수: 복잡하게 말해도 된다.

(중략)
준석: 친구로서 마지막 부탁이 있어서 왔다.
동수: 부탁해라.
준석: 하와이로 가라. 거기 좀 가 있으면 안 되겠나? 조금만 세월이 지나모 다 잊고 잘 지낼 수 있을 기다. 준비는 내가 해줄게.
동수: 와, 누가 내 죽이라고 시키드나......니가 가라, 하와이!

[ 이종섭 전 국방장관 호주대사 임명 관련 뉴스 장면. 출처 : MBC 뉴스 캡처 ]

그런데 지금 현실 세계에서는, “니가 가라 하와이”가 아니라 “니가 가라 시드니”가 됐다.

문제의 핵심은 취임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범죄 피의자와는 만날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제1 야당 대표인 이재명 대표를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는 점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여야 간 ‘협치’는 고사하고 대화조차 거절할 만큼 그토록 중요한 원칙이라면, ‘주요 범죄 피의자’인 이종섭 전 장관을 외국 대사로 임명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 하면 로맨스고 남들이 하면 불륜’이냐는, ‘윤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최근에는 호주 집권당 소속 주의원( 캐머런 머피 상원의원 ) 마저 나서서 “이 대사 파견은 호주에 무례한 일”이라며 강하게 대사 교체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변명과 감싸기로만 일관하는 태도 때문에 수도권 여당 후보들이 지금 추풍낙엽처럼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대사 임명 문제가 총선 표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 3월 25일과 26일에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대상. 표본크기 1,003명. 무선전화 면접조사 100%. 표본오차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

이 조사에서 이종섭 및 황상무 논란 영향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 중 무려 38%가 영향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총선 투표가 불과 2주일 정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 영향은 큰 변동 요인으로 볼 수 있다.
[ 이종섭·황상무 논란, 지지 정당 결정 영향 조사 결과. 출처 : YTN뉴스 캡처]

특히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소위 ‘중도층’이 받은 영향이다. 이념 성향상 보수적인 유권자의 ‘영향 있었다’ 응답이 24%에 불과한 반면, 중도와 진보층은 각각 47%, 49%가 영향이 있었다고 응답한 점이다.

이는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스윙 보우터( swing voter )인 ‘중도층’이 현재 국면에서 보수가 아니라 진보와 같은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투표 결과가 거의 예상되는 영·호남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민심이 윤석열 정권으로부터 크게 이반, 판세가 급격히 민주당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100석도 위태’라는 얘기가 확산되며 대통령실을 향한 항의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100석도 위태’라는 얘기가 여당의 괜한 엄살이 아닌, 실제 상황인 것이다.
[ 이종섭·황상무 논란, 이념 성향별 영향 여부 조사 결과. 출처 : YTN 뉴스 캡처 ]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는 ‘런·대·의’의 공통점은, 애써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쌓아온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를 다시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되돌리는 요소들이라는 점이다.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피하기 위해 김건희 여사와 함께 언론에서 비중이 축소됐던 윤 대통령이, 이 이슈들과 함께 또다시 언론 기사의 중심으로 나섰다.

쉽게 말해서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현재 국민의힘이 급속한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의 핵심 요인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3월 초 민주당 공천 논란과 함께 잠시 사라졌던 ‘정권심판론’이 전면에 부활하게 됐다.

■ 한동훈 한계론

아마도 한동훈 비대위원장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상황일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심지어는 여권 내부에서조차 ‘한동훈 한계론’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애초에 ‘86세대 심판론’, 혹은 ‘야당 심판론’과 함께 이재명 때리기로 일관했던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전략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대통령 임기 중간에 진행되는 총선은 본질적으로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남 탓’하기 좋아하는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전략 역시 ‘야당 탓’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채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해 ‘처음에는 신선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구체적인 전략 없이 이미지로만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진짜 정치적인 능력이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지어 보수언론으로부터도 ‘한동훈 원톱으로 계속 가니까 피로감이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재명 사천 논란에 민주당이 스스로 무너진다고 믿고, 정작 여권발 악재에 대해서는 대통령실 눈치를 보거나 안이하게 적당히 타협하려던 태도 때문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위상 역시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 ‘200석, 탄핵’ 발언 자제시킨 민주당 지도부

“최근에 연이어서 과도한 의석수를 자신하거나 과도한 정치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이런 실제 상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또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그러한 개인적 언급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강력하게 경고합니다.”

“정치인이 고개를 드는 순간 어려워진다는 것을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절실하게 진중한 자세로 당은 선거에 임할 것이고, 모든 후보들도 그런 당의 기조와 흐름을 정확하게 이해 해주시고 선거에 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상은 지난 3월 21일 민주당 김민석 총선 상황실장이 국회에서 취재진에게 발표한 내용이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몇몇 민주당 후보들이 ‘200석’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직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중에는 “골프나 선거의 공통점은 고개를 쳐들면 그 순간 지는 것”이라는 어록을 남긴바 있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포함되어 있다.

2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과정에서 “일부 언론에서 민주당이 200석 하려고 한다고 오만하다 하는데 그게 아니다. 200석을 해야만 특검을 할 수 있고, 윤 대통령의 이러한 행태가 계속된다고 하면 경우에 따라 탄핵도 가능하다”고 얘기했던 것.

국민의힘이 자중지란과 함께 급속히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김민석 총선 상황실장의 경고는 매우 현명한 대처로 보인다.

‘선거 시기 하루는 한 달의 시간과도 같다’는 말이 있다. 공식 선거운동은 겨우 이제 막 시작됐다.

이종섭 호주대사가 자진 사퇴하거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윤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해임을 결정할 수도 있다.

워낙 검사 시절 피의자 다루듯이 윤 대통령이 의사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 해법을 찾기 힘든 ‘의-정 갈등’ 역시 어쩌면 극적인 돌파구를 연출할 수도 있다.

물론 민주당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윤석열 정권 심판’과 ‘런종섭’, ‘대파’를 전국 곳곳에서 외쳐야 할 것이다.

출판 이후 몇십 년간 마케팅 분야의 바이블로 일컬어지는 ‘마케팅 불변의 법칙( 알 리스, 잭 트라우트 )’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마케팅은 제품의 싸움이 아니다. 인식의 싸움이다”이다. 정치·선거 마케팅 에서도 결국 유권자 머릿속에 어떤 단어를 새기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지금 민주당은 국민들 인식 속에 ‘공천 파동’이라는 단어를 밀어내고, 앞서 언급한 ‘런종섭’과 ‘대파’, 그리고 ‘정권 심판’을 새기는 데 성공하고 있다. 판세가 기운 이유다.

그런데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또다시 어떤 변수가 터져서 선거 판세가 크게 출렁일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와 관련, “고개 쳐들면 망한다”는 말을 항상 되새기기 위해 골프 애호가 중에는 골프화에 매직펜으로 ‘MDK!’라고 써넣고 경기에 임하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를 말씀드린다. 어드레스 때마다 이 구호를 보면서 헤드업을 경계하는 것이다. 이때 ‘MDK!’는 무슨 뜻일까?

그건 바로, ‘머리 들면 개XX다!’라는 뜻.

골프도 선거도, 그리고 인생도 겸손이 최선이다. 반면 오만과 독선은 패망의 지름길이다.


( 한국시사경제저널 총선특집, 글 싣는 순서 )

⓵ 선거초반 판세결정 핵심요인, 각 당 공천 후유증과 뒤베르제 법칙
⓶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국민의힘, 총선 초반 최대위기 요인은?
⓷ 민주당 탈당 인사들이 받은 초라한 성적표
⓸ '명-룡 대전’과 ‘한강 벨트’ 주요 접전지역 판세
⓹ 조국혁신당 돌풍, 전망과 한계


( ‘민주당 – 국민의힘 박빙상황’이라는 내용의 총선 특집 시리즈 1회차 기사를 올린 직후, 민주당 공천을 받고 활동하고 있는 후보 한 분이 문자를 주셨다. 기사 잘 봤다는 얘기와 함께 전국 지역구별 판세를 분석해보면 박빙보다는 민주당 대세로 가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곧바로 “네 맞습니다. 지역구별로 들여다보면 민주당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다만 선거 끝날 때까지 민주당 당원들이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기사에서는 ‘박빙’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당선이 유력한 지역구 후보인지라 “좋은 의정활동, 미리 기원하고 축하드립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바쁜 선거운동 과정 중에도, 기사를 정독하고 의견을 주신 J 후보님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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