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선분양 폐해,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 '선분양 후 공사', 아파트 대규모 부실시공 원인 김범모 기자 |
2024년 05월 12일(일) 11:30 |
6월 입주 예정이던 전남 무안 오룡 아파트 단지에서 무려 5만 8천여 건의 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렇게 많은 하자가 있다는 것은, 시공사 측의 부실시공이 원인이다.
또 며칠 전에는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에서 'KS 인증'을 받지 않은 중국산 유리가 대규모로 사용됐다는 소식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는데, 조사해 보니 기둥에 철근이 누락 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순살 아파트’라는 오명이 탄생한 사건이었다.
'순살 아파트', 중국산 유리 시공 아파트 관련 기사 |
특히 몇 년 전에는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파트 공사장에서 대규모 붕괴 사고가 발생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기도 했다.
오라고 하지도 않는데, 잊을만하면 아파트 부실시공 뉴스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필자는 ‘선분양 후 공사’가 그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선분양을 통해 확보했기에 비용 절감에만 초점을 맞추면 된다.
그래서 일부 부실시공 업체는 공사에 다소 차질이 있거나 하자가 있어도, 입주 예정자들을 적당히 무마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문제는 그런 식으로 아파트를 지었을 때, 소비자들 피해는 물론이고 우리 건설 수준과 건설사들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해외 건설시장 진출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각종 아파트 부실시공 사례들 |
이제는 아파트 건설과 관련하여 품질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출발점이 ‘선분양 후 공사’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 즉 ‘선시공 후 분양’으로 전환이라고 본다.
선시공 후 분양을 하게 되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여러 곳을 다니면서 비교해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처럼, 아파트도 실제 건축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꼼꼼히 비교 해가며 살 수 있게 된다.
몇백만 원, 몇천만 원하는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도 여러 회사 제품을 직접 살펴보면서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데,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짜리 아파트를 보지도 않고 사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내부 인테리어까지 100%는 아닐지라도 최소 90% 이상은 완벽하게 지어둔 상태에서 팔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공사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도 좋은 품질의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론 부동산 선분양제에서는 로또 아파트가 있을 수 있으나, 후분양제에서는 건설사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험을 감수한 건설사에게 조금 더 많은 이익을 주는 것이 문제 되지는 않을 것이다. 건설사가 많은 이익을 얻었다면, 다른 방식으로 국가가 이익을 환수하면 된다고 본다.
또 다양한 금융 지원 제도가 있어서 아파트 입주자 입장에서는 완공 후 한 번에 필요한 자금을 모두 부담하게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건설사에도 정부나 금융회사들이 사업성 검토를 바탕으로 자금 지원을 하게 된다면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당장 제도를 바꾸면 제도가 안착되는 몇 년간은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정부가 연착륙이 가능하도록 적절히 조절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아파트 시공에 있어서 어떻게 품질을 확보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어야 할 때이다.
건설사를 먼저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아파트에서 살아갈 국민을 먼저 생각할 것인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 필자 소개 ]
김범모
국회 정책연구위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 박홍근 원내대표 정책특보, 문재인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 서울외국환중개(주) 전무이사 역임.
현 광주 경제진흥상생 일자리재단 비상임이사.
( 본지 객원 필진으로 합류한 김범모 이사는 국회와 기업, 정당을 거친 실력있는 경제·재정 전문가입니다. 또한 최근에 텀블벅을 통해 ‘소시민이 사는 법 – 시장으로 간다’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합니다. )
김범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