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만 가까운, 가깝지만 먼, 부산맹학교 수업-홍보미는 영등포 쪽방촌 노인이나 섬마을 어린이, 미술관 미화원 등 예술과 거리가 먼 사람들과 교류하며 예술의 본질을 질문해 왔다. 예술을 향한 탐구는 미술관으로 확장되어 미술관 가는 길 드로잉, 미술관 미화원 취업, 뮤지엄 드로잉 등의 작업으로 이어졌다. 현재도 삶과 예술을 직조하는 재기 발랄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
《미술관 밖 프로젝트 #1-6_열 개의 눈》은 신체와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시각, 청각, 촉각의 기능을 탐구해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보편의 언어를 발굴하는 감각 예술 프로젝트로, 단계별 이행안(로드맵)을 통해 ‘모두를 위한 미술관 만들기’에 도전한다.
1단계로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6개의 감각 예술 프로젝트를 추진해 장애, 비장애 커뮤니티와 예술로 소통, 관계 맺기를 하며, 2단계로 프로젝트의 성과와 결과를 알리는 관외 보고전시를 개최한다. 3단계는 1, 2단계에서 형성된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첫 무장애 전시를 2025년에 개최하는 것이다.
이번 보고전시에서는 《미술관 밖 프로젝트 #1-6_열 개의 눈》을 통해 시각, 청각, 촉각 감각별 2개씩 진행한 총 6개의 감각 예술 프로젝트의 과정과 결과를 선보인다. 프로젝트에는 김덕희, 김은설, 엄정순, 조영주, 홍보미, 섬(SEOM:) 6명의 예술가와 부산 소재 장애복지관, 부산맹학교, 비영리 단체와 노인(시니어), 시민이 공동 참여했다.
시각 프로젝트에는 엄정순과 홍보미 작가가 참여했다. 두 작가는 각각 노인(시니어), 비영리 단체와 부산맹학교 고등부 학생을 만나 관계를 맺었다. 엄정순 작가는 시각장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체험하게 하는 멋진, 불편한 안경 만들기를, 홍보미 작가는 시각 세계의 정반대에 놓여 있는 부산맹학교 저시력 학생을 미술관으로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을 하며 미술의 본질을 묻고 답했다.
청각 프로젝트에는 듀오 아티스트 섬(SEOM:)과 김은설 작가가 참여했다. 섬(SEOM:)은 시민과 을숙도, 낙동강 생태 공원 일대를 탐방하며 소리가 얼마나 유연하게 다른 감각과 연동될 수 있는지를 여러 활동으로 알아봤다. 청각장애가 있는 김은설 작가는 물풀을 이용한 '풀실 놀이' 워크숍을 시민과 진행하며 소리, 관계, 마음 등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인내와 정성, 애쓰는 마음이 수반돼야 한다는 존재론적 성찰을 제시했다.
촉각 프로젝트에는 조영주, 김덕희 작가가 참여했다. 조영주 작가는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며 체득한 촉각적 치유와 돌봄의 가치를 확산하는 '살핌 운동'을 개발했고, 부산현대미술관은 부산 소재 장애복지관 9곳을 방문해 발달장애인과 보호자 총 118명에게 '살핌 운동'을 교육했다. 김덕희 작가는 전시 관람객과 만나 대화하고 석고로 관람객의 손을 떠내는 작업을 한다. 작가는 그간 전시에 존재의 흔적을 표현하는 제재로 온기를 사용해 왔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작가가 온기를 생성시키는 매개자로 변신해 공동체 회복 가능성을 탐색한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다. 법정공휴일에는 휴관한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은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실시한 장애, 비장애 감각 프로젝트 《미술관 밖 프로젝트 #1-6_열 개의 눈》은 미술관의 공공성 실현, 장애를 위한 접근성 개선, 장애·비장애 친밀감 형성을 기조로 모든 이가 공유할 수 있는 보편의 언어로 감각을 탐구했다”라며, “이번 보고전시를 통해 다양한 감각이 존중받는 세상을 그려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