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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문학회, 문학들 이대흠 시인 |
이 시리즈는 기존에 절판된 시집 가운데 주목할 만한 시집을 다시 펴내는 복간본 성격을 띤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제2시집 『상처가 나를 살린다』(2001)와 제3시집 『물속의 불』(2007)에서 골라 엮었다.
이대흠은 1994년 『창작과비평』에 '제암산을 본다' 외 6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를 통해 우리 시단에서 보기 드문 남성적 톤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전라도 입말의 특장, 남도만의 유장한 가락을 살린 빼어난 서정시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그가 육사시문학상, 현대시동인상, 애지문학상, 조태일문학상, 천상병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탕이기도 하다.
이번 시집은 첫 시집 이후 제3시집에 이르는 그의 시적 경향을 살필 수 있게 해준다.
언어를 조탁하고 압축하여 노래에 이르게 하는 서정시의 묘미가 먼저 돋보인다.
‘ㄹ’을 활용하여 강물과 아버지와 전라도 곧 자연과 인간과 삶의 터전을 하나의 가락으로 노래한 '남도', 북소리와 춤을 통해 흐름과 멈춤 곧 삶의 절정의 순간이나 지점을 노래한 '춤꾼 이씨' 등이 그렇다.
“강물이 리을리을 흘러가네/술 취한 아버지 걸음처럼/흥얼거리는 육자배기 그 가락처럼”('남도')
“아라리가 났네 하먼/아라리 뒤쫓지 말고/먼첨 아라리가 나부러사써//귀로 듣는 아라리에 몸 맞추지 말고/이녁 몸속 아라리가/막 터져 나오는 것이제”('춤꾼 이 씨')
다른 하나는 신화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1980년 광주 ‘오월’의 아픔 곧 현실(역사)에 대한 시의 대응력을 탐색하는 시들이다.
'물속의 불' 장시와 '지나 공주' 연작이 그것인데, 신화적 상상력과 어머니(누이)로 표현되는 모성(여성성)의 프리즘으로 현실 세계의 모순을 해석하려는 다소 실험적인 시도로 읽힌다. 이번 시집에서는 읽기 편하게 제목을 달고 분리하여 제2부와 제3부에 실었다.
“총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폭도를 죽이는 소리/총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간첩을 잡는 소리”('나는야 혁명군 새 나라 건설의 전사 - 위대한 탄생 4')
“이제 보니 간첩이라는 말은/적이 보내 내정을 염탐하는 자가 아니구나/민중들의 가슴에/수신기 대고 청진기 대고/상처를 도청하는 자로구나”('이제 보니 - 붉은 심장을 가진 나무 6')
“시체들은 썩어가고/파리 떼만 끓는다네//춤을 추던 나는 사금파리 밟았네/사각사각 나를 먹어 대는 사금파리/천천히 나를 먹는/나의 창녀 지나 공주”('소풍 - 지나 공주 1')
제1부와 제4부에는 “언어를 최소화하려 고민하고 썼던 시”, “말을 줄이고 음악만 남은 시”들이 실려 있다.
“나는 그 무렵 시라고 믿었던 것에서 벗어난 시를 찾고 있었다.
『삼국유사』, 『삼국사기』, 『제주 무가』를 비롯하여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의 신화에 기댄 바가 적지 않고, 수메르, 인도, 북유럽의 신화 등 오래된 기록 들을 찾아 읽었다. 시어의 확장을 꿈꿨다.
반면에 1부와 4부의 시들은 언어를 최소화하려 고민하고 썼던 시들이다.
말을 줄이고 음악만 남은 시를 쓸 수는 없을까? 그 문제를 오래 고민했다. 말하지 않는 시, 듣는 시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다.”(‘시인의 말’ 중에서)
이번 시집의 표제작 '동그라미'는 그의 시 중 교과서를 통해 널리 알려진 시이기도 하다.
“오느냐 가느냐라는 말이 어머니의 입을 거치면 옹가 강가가 되고 자느냐 사느냐라는 말은 장가 상가가 된다” “한사코 ㅇ이 다른 것들을 떠받들고 있다”.
첫 시집의 제목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라는 구절은 양가적이다. 여성성(눈물)과 남성성(고래)이 혼재한다.
이번 시집을 읽고 나면 이 제목이 왜 더욱 필연으로 읽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