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Kalamaki 해변 일출 장면 ] |
[한국시사경제저널]
■ 유적지에서
이번 여행에서 만난 많은 도시와 건축물들은 폐허가 된 가운데 발굴 중이거나 수리 중이었다.
튀르키예 골로새는 언덕 아래 잠들어 있으며 아직 발굴조차 되지 않고 있다. 언젠가 발굴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라오디게아, 히에라볼리, 사데, 에베소, 빌립보, 고린도는 폐허가 되었었다.
[ 라오디게아 유적지 ] |
알렉산더의 그리스, 로마제국, 오스만제국들 모두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없다. 그 후예들은 선조들이 남겨준 유산을 관광 자원화하고 있다.
제국을 이루던 당시, 천년도 가지 못해서 다른 제국에 정복되거나 폐허가 될 것이라고 과연 생각했을까?
[ 에베소 원형극장 ] |
당시에 웅장하게 지어졌던 신상과 신전 등 대부분의 건축물이 지금은 폐허 속에 유적으로 남아 있다.
신상이나 신전의 크기가 국가와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님에도, 지배자들은 진리를 알지 못해서 거대한 것에 집착했던 것이다.
크기에 집착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경고처럼 보였다.
“세상에 속하는 것에 의지하지 말라.”
“영원한 것은 없다. 언제든지 폐허로 변할 수 있다.”
[ 빌립보 유적지 ] |
구약성경 다니엘서( 1~4장 )에 나오는 느부갓네살( Nebuchadnezzar II ) 왕이 생각이 났다.
느부갓네살 왕은 함무라비 이후 바벨론 최고의 위대한 군주로 꼽히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아무것도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60규빗( 약 30미터 ) 이나 되는 금 신상을 만들었지만, 7년간 왕위에서 쫓겨나서 들짐승과 함께 살며 소처럼 풀을 먹으며 생활하기도 해야 했다.
느부갓네살은 하나님을 알았지만, 하나님을 온전한 주로 섬길 줄은 몰랐던 것이다.
- 느부갓네살이 맹렬히 타는 풀무불 아귀 가까이 가서 불러 이르되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종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야 나와서 이리로 오라 하매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가 불 가운데에서 나온지라 ( 다니엘서 3장 28절 )
- 나 왕이 말하여 이르되 이 큰 바벨론은 내가 능력과 권세로 건설하여 나의 도성으로 삼고 이것으로 내 위엄의 영광을 나타낸 것이 아니냐 하였더니
이 말이 아직도 나 왕의 입에 있을 때에 하늘에서 소리가 내려 이르되 느부갓네살 왕아 네게 말하노니 나라의 왕위가 네게서 떠났느니라 ( 다니엘서 4장 30~31절 )
- 그러므로 지금 나 느부갓네살은 하늘의 왕을 찬양하며 칭송하며 경배하노니 그의 일이 다 진실하고 그의 행하심이 의로우시므로 교만하게 행하는 자를 그가 능히 낮추심이라 ( 다니엘서 4장 37절 )
지금 나의 신앙이 느부갓네살 같지는 않은지 돌아본다.
하나님을 알기는 하는데, 온전한 나의 주님으로 섬기고 있는지?
세상의 욕망을 채워주는 ‘신’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주님이 나에게 원하시는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 단체 패키지 여행은…
자유여행도 해보고, 패키지여행도 해보았다. 둘 다 장단점이 있어서 어떤 것이 무조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자신의 여행 계획이나 일정에 따라 선택을 하면 그만이다.
패키지여행의 장점은 무엇일까?
우선, 여행과 관련한 고민과 선택을 줄여준다.
어디를 갈 것인지, 무엇을 먹을 것인지,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 숙박은 어디에서 할 것인 등 선택에 대한 고민을 없애준다.
패키지 상품을 예약하는 순간, 거의 모든 일정은 확정이 되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호텔, 이동 교통편, 관광지, 식당 등을 예약하려면 많은 시간이 들 텐데 이런 부담을 확실히 줄여준다.
둘째, 기본적인 안내가 주어진다.
문화유적이든 관광지이든 기본적인 설명을 해준다. 미리 공부하고 가면 더 좋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그럼, 패키지여행이 장점만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단점도 있다.
첫째, 패키지여행에서는 선택을 할 수가 없다.
무엇을 먹을 것인지, 이미 식당은 예약되어 있고, 메뉴도 정해져 있다. 어디를 갈 것인지도 이미 정해져 있다. 다른 곳을 가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둘째, 숙박하는 곳이 도시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에는 저녁 자유 시간에 마땅히 즐길 거리가 없다.
낯선 도시에서 안전도 중요하지만, 도시의 저녁이나 밤 풍경을 보고 싶은 경우가 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숙소가 도시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어서 개별적으로 활동하면서 즐기기에는 어렵다.
셋째,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적다.
어떤 문화유적지에서는 좀 더 보고 싶고, 좀 더 느끼고 싶은데, 주어진 시간의 제약 때문에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장소는 아침 일찍이나 저녁 일몰 즈음에 가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는데, 패키지여행에서는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넷째, 원하지 않는 선택 관광이나 쇼핑센터 방문이 있을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다행히 선택 관광은 없었다. 그러나 쇼핑센터 방문은 몇 차례 있었다. 물론 거기서 일부 구매도 하기는 했지만, 패키지에서 소개하는 쇼핑센터는 현지인들이 일상에서 즐기는 쇼핑과는 거리가 좀 멀다.
현지인의 살아가는 모습을 알고 싶으면, 그들이 슈퍼마켓, 시장, 백화점을 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여행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만나는 것에 재미가 있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생각한 대로만 움직인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시간일까?
패키지여행이든, 자유여행이든 때때로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만나고, 음식을 먹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내일도 새로운 여행이 되기를 꿈꾼다.
■ 선물같은 여행경비 이야기
이번 성지순례를 위해 여행사에 지불해야 하는 경비는 269만 원이다.
혼자 가는 여행이어서 룸을 단독으로 쓸 경우에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데, 다행히 나처럼 혼자 오는 여행자가 있어서 룸 조인도 가능하다고 한다. 추가 비용도 들지 않게 되었다.
성지순례 프로그램이라 선택 관광은 없으며, 현지 공동 경비로 100유로, 기타 개인 경비만 준비하면 된다.
개인 경비로는 비싼 선물을 살 것이 아니므로 200유로 정도를 생각했다. 45만 원 정도가 추가되어야 한다.
퇴직 후 별다른 소득 없이 연금과 저축으로 생활해야 하는 입장에서, 그나마 저비용 고효율( 아직 확인할 수는 없지만 ) 패키지를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랬다고 생각한다.
여행경비는 별도 저축을 한 것이 아니기에 당연히 생활비 통장에서 찾아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예약 후 보험사에서 연락이 왔다. 6월에 만기가 되는 보험 상품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기 보험금을 준다고 한다. 예상 환급액은 무려 314만 4천 원이다( 실제 입금된 것은 328만 원이었다 ).
여행사 지급 비용을 제하고 45만 4천 원이 남는다. 300유로 정도를 환전할 수 있다. 내가 여행경비로 고려했던 금액과 거의 비슷한 금액이다.
어쩜 이렇게 성지순례에 맞추어 필요한 경비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나의 형편을 아시는 주님의 계획하심이었다.
이 보험 상품은 아내가 가입한 것이다.
아내가 보험에 가입하면서 만기에 보험금이 314만 원가량이 나올 것이고, 그 금액에 맞추어 여행을 보내주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 또한 보험사에서 통지문이 올 때까지는 만기되는 보험 상품에서 보험금이 나온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물론 그동안 저축성 보험을 든 결과이지만, 우연이라기보다는 나도 모르게 준비시키신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닫는다.
예상하지 못했던 수입 덕분에 한결 마음 편하게 성지순례 여행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성지순례 여행 기간 중 하나님이 또 어떤 기막힌 기적을 체험하게 해주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The end
[ 필자 소개 ]
김범모
국회 정책연구위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 박홍근 원내대표 정책특보, 문재인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 서울외국환중개(주) 전무이사 역임.
현 광주 경제진흥상생 일자리재단 비상임이사.
( 본지 객원 필진으로 합류한 김범모 이사는 국회와 기업, 정당을 거친 실력있는 경제·재정 전문가입니다. 또한 최근에 텀블벅을 통해 ‘소시민이 사는 법 – 시장으로 간다’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