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9인 체제 완성의 가장 확실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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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헌법재판관 9인 체제 완성의 가장 확실한 방법

[정소앙 칼럼 / 탄핵 긴급점검] ③

- 최상목 권한대행 헌법재판관 선별임명이 위헌인 이유
- 헌법재판의 기원, 마버리 대 매디슨( Marbury v. Madison ) 사건
- 헌법재판소 9인 체제 완성을 위한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은?

[ 2025년 1월 2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공개한 헌법재판관 임명관련 민주당, 국민의힘 공문. 출처 – 국회의장실]
[한국시사경제저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 3인 중 2인만 임명하고 1인을 보류했다. 이로써 헌법재판소는 8인 체제로, 윤석열 탄핵 심판을 위한 본격 심리에 돌입하게 됐다.

그러나 4월 18일이 지나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과 이미선 재판관 임기가 만료되어 다시 6인 체제가 된다. 1인 임명보류가 심각한 불씨로 작용, 헌법재판소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다시 우려가 제기될 상황이다.

이 점을 고려,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 세력과 그 추종 세력들은 탄핵 심판을 어떡하든 4월 18일 이후까지 지연시키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총력전을 펼칠 것이다. 오늘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무산은 그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국정 혼란을 하루라도 빨리 극복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온전하게 9인 체제로 완성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헌법재판소 완전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무엇인지, 지금부터 상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 최상목 권한대행 헌법재판관 선별임명이 위헌인 이유

최상목 대행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인 중 2인 임명에만 동의한다는 발표가 나자마자, 필자는 몇몇 단톡방에 이런 글을 남겼다.

‘헌법재판관 민주당 2명, 국힘 1명은 이미 추경호 국힘 원내대표가 11월 말 합의하고 발표까지 한 상황.’

‘최상목 대행이 또다시 여·야 합의를 전제로 헌법재판관 2인만 임명하고 1인은 보류한 것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이자 월권, 반헌법 행위입니다.’

‘자다가 봉창’ 운운한 것은 분노 때문에 다소 과한 표현이었을 수 있지만, 최상목 대행의 ‘선별임명’이 위헌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판단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먼저 헌법 내용 중 국회 부분에 해당하는 헌법 제53조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 헌법 제53조 [법률 공포, 대통령의 재의요구, 법률안 확정·발효]

①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되어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한다.

②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제1항의 기간 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의 폐회 중에도 또한 같다.

③ 대통령은 법률안의 일부에 대하여 또는 법률안을 수정하여 재의를 요구할 수 없다.

( 이하 생략 )

헌법 제53조 내용 중 이번 최상목 대행의 헌법재판관 선별임명 관련, 필자가 특히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은 53조 ③항이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을 내용 그대로 공포해야 한다. 만약 이의가 있다면 법률안 내용 전체를 국회로 다시 되돌려 보내야 한다.

일부만 반대하거나, 혹은 수정해서 재의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는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 대해, 윤석열 피의자나 국민의힘이 그토록 강조해 온 ‘3권분립’이 헌법정신의 기본인 까닭이다.

혹 헌법재판관 임명 건은 법률안 공포와는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이 국회 결정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도록 규정한 헌법 제53조의 취지를 이해한다면 저절로 해소될 의문이다.

헌법 53조 다음으로 살펴봐야 할 내용은, 헌법재판소와 직접 관련된 111조이다.

- 헌법 제111조 [ 관장과 구성등 ]

① 헌법재판소는 다음 사항을 관장한다.

1.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
2. 탄핵의 심판
3. 정당의 해산 심판
4.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
5.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

②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③ 제2항의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

[ 헌법재판소 권한. 출처 -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2023 국문 연례보고서 ]

여기에서 ③항을 해석하면, 사실상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분의 1씩 헌법재판관 지명 권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때 대통령은 헌법재판관 총 9인 중, 오직 3인에 대해서만 직접 지명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만약 대통령이 국회에서 선출된 3인이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3인 가운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일부나 전체를 거부하면 그 자체가 반헌법 행위가 된다.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 범위를 넘어서서 국회와 대법원장 결정을 무시하게 되면, 헌법 111조와 헌법재판소 기능은 무력화된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일방적으로 대통령 지배하에 놓이게 되고, 3권분립과 법치주의가 동시에 붕괴하는 치명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 추천 3인 중 2인만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대통령도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를 감행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법질서의 기본이 되는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무지·몰이해가 아닐 수 없다.


■ 헌법재판의 기원, 마버리 대 매디슨( Marbury v. Madison ) 사건

단언컨대 무엇이 법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법부의 영역이자 의무이다.
( It is emphatically the province and duty of the judicial department to say what the law is. )

- 존 마셜 ( John Marshall, 1755년 ~ 1835년. 미국 제4대 연방 대법원장, 제4대 미국 국무장관 역임 )

[ 미국 제4대 연방 대법원장 겸 국무장관 존 마셜( John Marshall ). 출처 – Wikipedia ]

헌법재판의 유래를 살피다 보면, ‘마버리 대 매디슨(Marbury v. Madison) 사건’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만나게 된다.

갑자기 느닷없이 헌법재판의 유래를 살피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 논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재판소 9인 체제 완성 문제의 해법에, 바로 이 사건이 영감과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평화적인 정권교체’로 일컬어지는 1800년 미국 제4대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공화당 토머스 제퍼슨과 연방당 존 애덤스가 유력 후보로 격돌했다. 결과는 전체 선거인단 138명 중 73명을 확보했던 토머스 제퍼슨이 선거인단 65명을 확보했던 존 애덤스에 근소한 차이로 승리, 미국 제4대 대통령으로 당선.

그런데 현직 대통령이던 존 애덤스가 퇴임 하루 전인 1801년 3월 2일, 갑자기 ‘사법부 법Judiciary Act of 1801’이라는 법을 제정하면서 큰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법안 내용은 연방 판사 숫자를 갑자기 2배 가까이 대폭 늘리고, 그 판사들을 존 애덤스가 소속되어 있던 연방당의 인물들로 채우는 것. 한마디로 퇴임하는 대통령이 새로 선출된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요직에 심어놓기 위한 일종의 꼼수였다.

그런데 당시는 전화나 팩스같은 통신수단이 발명되기 전, 단 하루 만에 모든 판사 후보들에게 임명장을 전달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결국 임명장을 전달받지 못한 판사 후보가 네 명이나 발생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윌리엄 마버리( William Marbury )였다.

이후 새 대통령으로 취임한 토머스 제퍼슨은 국무장관 제임스 매디슨( James Madison )에게 판사 임명장 송달 중단을 명령했다.

그러자 단 하루 차이로 판사 임명장을 송달받지 못했던 윌리엄 마버리는 ‘1789년 사법부 법 Judiciary Act of 1789’에 의거, 연방 대법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행정부가 자신에게 판사 임명장을 즉각 송달할 것을 명령하라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연방 대법원은 판결은 가능했지만 집행 권한은 없었다는 점. 어떤 판결을 내려도 신임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나 행정부가 무시해버리면 대법원으로서는 대항할 수단이 없었다.

결국 당시 대법원장이었던 존 마셜( John Marshall )은 1789년 사법부 법에 의거한 대법원의 행정집행명령은 그 자체로 반헌법적인 월권이므로, 사법부법 제13조는 무효라는 유명한 판결을 내린다.

이로써 이 판결은 대법원이 법률을 더 상위의 법인 헌법에 근거하여 무효화시킨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또한 행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대법원의 위상과 권한을 수호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첫 번째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 사건이 바로, 오늘날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헌법재판’의 유래가 된 것이다.

■ 헌법재판소 9인 체제 완성을 위한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은?

그런데 무려 225년이 지난 지금, 미국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마버리 대 매디슨 사건’과 매우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들을 ‘대통령 권한대행’과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이 임명을 거부하거나 일부만 임명한 상황.

명백히 헌법에 위배되는 반헌법 행위를 대통령 권한대행들이 저지르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 몇 가지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헌법 제111조, 헌법재판소 기능 중 ‘권한쟁의 심판’과 ‘헌법소원’이 바로 그것이다.

권한쟁의 심판은 한마디로 개인이 아니라 헌법상 국가기관 상호간에 해당하는 제도이다. 관련하여 오늘( 1월 3일 ),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상목 권한대행의 결정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접수한 상황이다.

반면 헌법소원은 국가의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기본권을 침해받은 국민 개개인이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제도다.

현재 민변과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 법무법인 도담의 김정환 변호사 등이 이번 사건과 관련,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이고 헌법재판소에서는 가장 먼저 제기한 김정환 변호사의 헌법소원 건을 최우선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길은 피해 당사자인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가 직접 헌법소원을 청구함과 동시에 헌법재판관 지위 확인을 위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다. 가처분 소송은 빠르면 보름 안에도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 측면의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빠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최상목 대행은 헌법재판관 2인 임명 입장을 밝히면서 마무리 발언을 이렇게 남겼다.

“( 헌법재판관 후보자 ) 나머지 한 분은 여야의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습니다.”

필자가 주목하는 지점은 “여야가 합의하는 대로 임명하겠습니다”가 아니라, “여야의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습니다”라고 발언한 부분이다.

이 발언 직후, 필자는 글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 대행의 행위가 월권, 반헌법에 해당함을 지적함과 동시에 헌법재판관 임명 여야 합의의 증거인 짧은 동영상을 여러 단톡방에 올렸었다.

[ 2024년 11월 19일 헌법재판관 후보 여야합의 내용 발표하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출처 – SBS 뉴스영상 캡처 ]

내용은 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2024년 11월 19일, “사흘 뒤 (11월) 22일까지,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의 추천을 어제 여야가 합의했습니다”라고 발표하던 장면이다. 이 내용은 지금도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TV 방송 장면으로도 남아있다.

그런데 어제( 1월 2일 )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이 보다 확실한 증거를 공개했다. 작년 12월 9일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국회의장을 수신처로 보낸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추천의 건’ 공문이 바로 그것이다.

[ 2024년 12월 9일자 국민의힘 대표 직인이 찍힌 헌법재판소 후보 추천 공문. 출처 – 국회의장실 ]

각각 대표의원 직인이 선명하게 찍힌 가운데, ‘문서번호 원내행정국-2023-2-187’의 국민의힘 공문에는 여러 담당자 서명까지 분명하게 남아있다. 공문서는 법적인 효력이 있다는 점에서, 이는 확실한 여야 합의의 증거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상목 대행은 본인이 직접 국민들 앞에서 “여야의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습니다”라고 약속한 바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

만약 이행하지 않으면 헌법재판소 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내란에 동조한 행위로 간주, 법적인 심판과 함께 국민의 거센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미 원 달러 환율은 계엄 이후 80원이 폭등( 2025년 1월 3일 현재 1470원대 ), 1500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 4대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최고환율이 1570.7원. 지금 대한민국은 치명적인 위기상황 일보 직전이다.

헌법재판소 9인 체제 완성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앞서 언급한 노력들이 동시병행 진행되는 가운데, 국민의 명령을 확실하게 전달하고 압박하는 길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독재정치와 국정농단을 벌였던 역대 대통령 중 어느 누구도, 국민과 싸워 이긴 사람은 없었다.

결국 국민이 이긴다는 이 영원한 진리를, 우리는 조만간 다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정소앙 발행인
키워드 : 마버리 대 매디슨 사건 | 탄핵 | 헌법재판관 |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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