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은 180조 원 기부, 한국은 상속세 줄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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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은 180조 원 기부, 한국은 상속세 줄여라

- 전 재산 기부 의사 밝힌 워런 버핏과 상속세 감세 주장하는 대한민국 경제단체
- 상속세 개편에 앞서, 워런 버핏과 같이 존경받는 기업인들이 한국에서도 많이 나와야

[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출처 : BBC 영상 캡처 ]
[한국시사경제저널]

93세인 워런 버핏이, 자신이 사망하면 180조 원에 이르는 거의 전 재산을 자녀들이 공동 관리하는 공익신탁에 기부할 뜻을 밝혔다.

또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게이츠 재단에 약 54조 원을 기부했고, 앞으로도 살아 있는 동안 약속했던 5개 재단에 계속 기부할 것이라고 한다.


반면에, 대한 상의 등 우리나라 경제단체는 상속세와 증여세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높은 상속·증여세 부담은 기업 승계 과정에서 자금 사정의 불확실성을 키워 투자·고용 등 경영 활동을 제약한다는 주장과 함께 대폭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춰 정부와 여당도 상속세가 징벌적이라며 자본이득세로 개편하고, 세율도 낮추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 세계적인 부자들이 기업을 자녀들에게 승계해 주었다거나, 승계시켜 주기 위해 어떤 일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반면 이분들이 사회적 기여를 위해 공익 재단을 만들거나, 공익 재단에 기부했다는 이야기는 종종 언론 보도에서 볼 수 있다.

미국이 우리보다 상속세나 증여세 부담이 커서, 자녀들에게 상속하지 않고 기부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들의 자녀들이 능력이 없어서 아버지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아닐 것이다.

왜, 우리나라는 기업을 반드시 자녀들에게 물려주어야 할까?

대주주 일가가 계속해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국내 기업들 관행은 과연 옳은 일인가?

상속을 한다는 것은 ‘기업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주식, 지분을 물려주는 것’이다. 기업의 주식을 물려주는 것과 기업을 물려주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가업 승계이니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소유’와 ‘경영’은 다른 것이다. 소유한다고 반드시 경영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경영’은 기업을 가장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 것이지, 대주주라고 해서 전부다 경영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경우 많은 기업에서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의 자녀들이 경영 수업을 빌미로 회사에서 특채와 승진을 남발하고 있는데, 과연 이것이 회사의 이익에 부합할까?

대주주 자녀들이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싶으면 다른 기업에서 경영 능력을 키운 다음에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지, 회사가 경영 수업을 시켜주는 곳은 아니지 않는가?

기업인 자녀라고 해서 반드시 부모님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이다.

기업 경영인이 되고 싶다면 부모님의 보호막 아래에서 쌓을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경험을 쌓고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또 일부 기업들은 공익법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공익법인이 진짜 공익법인인지, 대주주 세금 부담을 줄이면서 기업 소유권과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인지 불확실한 경우가 있다.

상속에 대한 사회적 관점이 많이 개선되면 좋겠다.

부자라고 해서, 기업을 경영한다고 해서, 반드시 자녀들에게만 물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합리한 세제는 개선해야겠지만, 무조건 상속세를 낮추는 것이 옳은 일도 아니다.

상속세 개편을 논하기에 앞서서, 워런 버핏과 같이 존경받는 기업인들이 한국에서도 많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 필자 소개 ]

김범모

국회 정책연구위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 박홍근 원내대표 정책특보, 문재인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 서울외국환중개(주) 전무이사 역임.
현 광주 경제진흥상생 일자리재단 비상임이사.

( 본지 객원 필진으로 합류한 김범모 이사는 국회와 기업, 정당을 거친 실력있는 경제·재정 전문가입니다. 또한 최근에 텀블벅을 통해 ‘소시민이 사는 법 – 시장으로 간다’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합니다. )




김범모 기자
키워드 : 기부 | 상속 | 워런 버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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