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통계청과 교육부에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1조 원으로 2022년 대비 4.5%가 증가했다. 그 중 고등학교 증가율이 8.2%로 제일 높았다.
고등학생 사교육이 크게 증가한 것은 지난해 대학 수능시험에서의 킬러 문항 배제, 의대 정원 증원, 무전공 입학 확대 등 대학입시 제도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수험생들 불안감이 커졌던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사교육 시장이 커지는 것은 대학입시가 성적순 줄 세우기가 되고, 의대 아니면 인서울 대학이라도 다녀야 졸업 후 사회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사교육비 축소를 위해서는 공교육이 100% 대학입시나 진학 문제를 해소해 주거나, 아니면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인위적으로 사교육 자체를 금지해야 할 것이다.
공교육이 대학 입시나 진학 문제를 온전히 담당했으면 하는 것 또한 우리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통계청 발표 사교육비 총액변화 |
그렇다면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을 개선해서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방식은 과연 없을까?
개인적으로는 마이클 센델이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주장한 ‘추첨입학제’로 바꿔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각 대학이 수학을 위한 자기들만의 최소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통과한 지원자 중에서 추첨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추첨 입학은 아니지만, 대학에서 일정 기준을 정하고 기준 통과자를 대상으로 선발하는 곳도 있다.
인천 송도에 있는 해외 대학 중 겐트대학교의 경우, 일반 전형에서 "수학, 화학, 영어" 성적만 고려한다. 그 중 "수학과 화학"은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시험에서 20점 만점 기준 14점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영어의 경우 수능 영어 2등급을 비롯하여, ‘ACT 21, SAT 500, 토플 72점’ 등 학교에서 인정하는 공인 영어 성적을 충족하면 된다.
켄트 대학교 글로벌 캠퍼스 |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Top 10 Percent Law"라는 제도를 통해 텍사스주 내 고등학교에서 상위 10% 안에 들어갈 경우, 텍사스 내의 모든 주립대학에 입학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한다. 오스틴(UT Austin)에서는 지원자 증가에 따라 자동 입학 자격이 상위 6%로 조금 더 강화되었다.
대학에서 수학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일정 성적 기준을 미리 정해서 공고하고, 지원자가 입학 정원보다 많으면 추첨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겐트대학처럼 영어, 수학 등 학교나 학과에 따라 필요한 과목의 시험 점수를 미리 정해서 공개하자. 그리고 기준을 통과한 자에게 입학 자격을 주자.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학 수능이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또한, 텍사스주의 경우처럼 국내 고등학교에서 상위 일정 비율 안에 들어가는 학생들에게는 모든 대학 모든 학과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주자.
지원자가 입학 정원보다 많으면 추첨으로 선발하자. 사립대학들이 반대한다면, 국공립대학에서 먼저 시행해 보자.
지금도 대학들은 각종 전형별로 입학 정원을 별도로 정하고 있다. 고등학교 내신이든 수능 점수든 각 학교의 기준에 맞추어 성적을 내고 성적순으로 선발을 하는데, 각 대학에서 정하는 기준만 충족한다면 굳이 성적순으로 할 필요가 있을까?
성적순이 아니라 입학 자격을 갖춘 학생들 중 추첨으로 선발할 경우, 자신의 성취가 사회적 배려임을 조금 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사교육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현저히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대학 입시에 대한 부담을 다소나마 덜어주고, 대학에서 진짜로 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개인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 필자 소개 ]
김범모
국회 정책연구위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 박홍근 원내대표 정책특보, 문재인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 서울외국환중개(주) 전무이사 역임.
현 광주 경제진흥상생 일자리재단 비상임이사.
( 본지 객원 필진으로 합류한 김범모 이사는 국회와 기업, 정당을 거친 실력있는 경제·재정 전문가입니다. 또한 최근에 텀블벅을 통해 ‘소시민이 사는 법 – 시장으로 간다’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합니다. )
김범모 기자